둔마리벽화고분 거창 남하면 문화,유적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이 가볍게 스치던 오후, 거창 남하면의 둔마리벽화고분을 찾았습니다. 논과 밭이 이어지는 평야 한가운데,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고분은 겉보기에는 소박했지만 그 속에는 천오백 년의 역사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입구 앞에 세워진 안내석에는 ‘사적 제244호 거창 둔마리벽화고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복원된 고분의 외형이 단정하게 다져져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푸른 하늘과 들판의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오래된 시간의 흐름이 천천히 흘러나오는 듯했습니다. 이곳은 신라 초기의 무덤으로, 내부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발견되어 고대 회화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1. 남하면 중심에서 고분으로 향한 길
둔마리벽화고분은 거창읍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 남하면 둔마리 마을 언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둔마리벽화고분’으로 검색하면 정확히 안내되며, 마을회관을 지나면 작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차장은 언덕 아래 공터를 이용하면 되고, 고분까지는 도보로 약 5분 정도 오르는 길입니다. 돌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주변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조용히 서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솔잎 사이를 스치며 은은한 소리를 냈고, 길 옆 들판에는 벼이삭이 바람에 따라 일렁였습니다. 언덕 위로 오르자 복원된 봉분이 눈앞에 드러났고, 그 위로 맑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마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었습니다.
2. 고분의 구조와 첫인상
둔마리벽화고분은 지름 약 14m, 높이 4m 규모의 봉토분으로, 내부는 석실(돌방)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돌방의 벽면에는 당시의 생활상과 의식 장면을 그린 벽화가 남아 있었으며, 일부는 현재 보호를 위해 실내 전시관에 복제본으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복원된 고분의 외형은 단정한 원형이며, 입구에는 보호각과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분 앞마당에는 벤치와 안내판이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천천히 머물며 볼 수 있습니다. 내부 벽화는 기하학적 문양과 인물상이 함께 그려져 있으며, 붉은색과 흑색 안료가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고대인의 세계관과 의식이 색과 선으로 남아 있어, 단순한 무덤 이상의 의미가 느껴졌습니다.
3. 둔마리벽화고분의 역사와 가치
이 고분은 6세기 신라 시대의 무덤으로 추정되며, 거창 지역에서 유일하게 벽화가 발견된 고분입니다. 1971년 발굴조사에서 벽화가 확인되었고, 인물상, 기하무늬, 태양과 새의 상징이 함께 나타나 있습니다. 이러한 벽화는 당시 신라인의 사후세계관과 종교적 상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고분 내부에서는 철제 무기, 토기, 장신구 등이 함께 출토되어 당시의 사회 계급과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발굴된 벽화의 일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현장에는 정밀 복원된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시간은 흘러도 기억은 남는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말처럼 이 고분은 사라진 시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4.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
고분은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해 있어 사방이 트여 있습니다. 정상부에서 바라보면 남하면의 평야가 한눈에 펼쳐지고, 멀리 산자락이 푸르게 이어집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일렁이고, 들새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올랐습니다. 복원된 고분 주변에는 잔디가 고르게 깔려 있고, 계절마다 다른 빛깔을 보여줍니다. 봄에는 들꽃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어지며,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이 고분을 둘러쌉니다. 겨울에는 눈이 얇게 덮여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자연과 유적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이 풍경 속에서, 세월의 깊이가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박하지만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는 장소였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인근 명소
둔마리벽화고분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거창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는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거창 지역의 역사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이어서 ‘거창송정고분군’을 찾아 다양한 형태의 삼국시대 무덤들을 관찰했고, 점심은 남하면의 ‘둔마가든’에서 산채정식과 재첩국을 맛보았습니다. 오후에는 ‘거창수승대’를 방문해 바위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며 산책했습니다. 고분과 박물관, 수승대를 잇는 코스는 거창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일정이었습니다. 짧지만 깊이 있는 하루였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점
둔마리벽화고분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주차장은 언덕 아래 공터를 이용하면 되고, 고분까지는 도보 5분 거리입니다. 내부 석실은 일반 관람객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으며, 복제 전시관을 통해 벽화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벌레가 많아 긴 옷차림이 좋고, 겨울에는 언덕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오전 9시~11시 사이에는 햇살이 고분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비추며 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나오고, 오후에는 평야 뒤편으로 지는 해가 담장을 붉게 물들입니다. 안내문과 주변 표석에는 발굴 경과와 복원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관람 전 읽어보면 이해가 한층 깊어집니다.
마무리
둔마리벽화고분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흙무덤 같지만, 그 안에는 신라인들의 예술과 사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세월의 먼지를 덮고도 여전히 색을 간직한 벽화의 흔적은, 인간이 남긴 시간의 언어처럼 느껴졌습니다. 언덕 위에서 들판을 바라보며 잠시 머물렀을 때, 고요함 속에서 오래된 숨결이 전해졌습니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그 담백함이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다음에는 봄, 들꽃이 피는 시기에 다시 찾아, 고분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그 옛날 사람들의 흔적을 더 가까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둔마리벽화고분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거창의 역사를 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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